시인 구상의 문학세계와 돈독했던 교우이야기
(재)대구문화재단 대구문학관(대표 심재찬)에서는 우리 문학의 소중한 가치와 뿌리를 조명하는 문학 활성화의 일환으로 근대문학 특별전을 지속적으로 기획·전시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광복기를 조명했던 <죽순, 그 열두 마다의 외침>에 이어 한국전쟁기를 탐구해 볼 수 있는 전시로 시인 구상을 조명한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 꽃자리 구상 展>을 개최한다.
오는 12월 6일(화)부터 이듬해 3월 5일(일)까지 대구문학관 기획전시실에서 만나 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한국전쟁 이후부터 60년대 초까지 대구에 거주하며 많은 문화적 교류를 남긴 시인 구상과 그 문학적 인연들을 단행본 ·사진·영상·캘리그라피 작품 등으로 소개한다.
프랑스 문인협회가 선정한 세계 200대 문인인 시인 구상은 등단부터 남달랐다. 일명 ‘응향 필화 사건’으로 불리는 1946년 월남이야기부터 다시 창작을 할 수 있게 만들어준 펜팔친구 소설가 최태응과의 교류 이야기는 당시 『응향』에 발표한 「여명도」와 『백민』을 통해 소개한다. 휴전 이후 또 하나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는 『민주고발』을 통해 알 수 있다.
북선매일신문사 기자로 출발하여 승리일보를 주재하며 이후 영남일보로 이어진 이야기들은 종군문인 활동사진을 통해 그 시절을 잠시나마 안내한다. 문인으로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아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종군기자단으로 활동함과 더불어 그 전쟁 속에서 섭리와 자유, 선과 악, 이념과 민족 등의 실존의식과 감정을 구상적으로 표출한 15편의 『초토의 시』연작을 발표 했다.
특히, 초토의 시8-적군묘지 앞에서는 한국전쟁 때 숨진 북한군의 시신을 묻은 ‘적군 묘지’를 소재로 하여, 동족상잔의 비극에 대한 비애와 통일에 대한 염원을 노래하였다. 시인 구상은 따뜻한 눈과 넓은 마음을 가졌고, 그 인품과 인자함은 그의 작품을 통해 고스란히 나타난다. 구상의 시는 읽는 이에게 존재와 삶에 대한 지혜와 위안과 평화를 주는 온기가 느껴진다.
그의 작품집들을 보면 유독 이중섭 표지화가 많이 보인다. 구상과 이중섭은 일본 유학시절 한 음악다방에서 만나 함께하게 되는데, 병상에 누워 있을 시절 도화지에다 큰 복숭아 속에 한 동자가 청개구리와 노니는 것을 그려와 ‘무슨 병이든지 먹으면 낫는다는 천도 복숭아를 그려왔으니 어서 나으라’ 한 적도 있고 임종을 앞둔 반 혼수상태에서도 친구 ‘듕섭’을 찾을 정도로 각별한 사이였다.
시인 구상의 또 다른 교류 인물은 바로 ‘오상순’이다. 1920년 7월 동인지 『폐허』를 통해 등단한 공초(空超) 오상순은 하루에 담배 20갑을 필 정도로 애연가였으며, 「나와 시와 담배」라는 시를 남기기도 했다. 「아시아의 마지막 밤 풍경」,「허무혼의 선언」등 허무주의를 상징하는 시를 많이 남겼는데, 그는 구상의 스승이자 종교를 초월한 문학교류를 선보였다.
그 일화로 공초가 평소 인사말로 건네던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에서 영감을 받아 ‘꽃자리’ 라는 시를 발표했고, 후에 예술인의 거리였던 향촌동에 <꽃자리 다방>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향촌동의 아시아, 감나무집, 말대가리집 등에서 밤낮으로 어울려 말술을 푸고 온갖 기행을 연출하며 우정을 쌓던 그 시절 그 모습들을 작품과 더불어 영상, 조형물 등으로 만나 볼 수 있다.
(재)대구문화재단 심재찬 대표는 “한국전쟁기를 거치며 대구는 문화예술의 중심지였다. 많은 피난예술인들이 함께 사의를 나누며 생활고와 정신적 고뇌를 덜었고, 구상선생 역시 돈독한 우애를 대구에서 함께했다. 이번 기획전시를 통해 구상선생의 훈훈하고도 은은한 삶과 문학을 깊이 느껴보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대구문학관 상설전시 및 기획전시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무료로 관람이 가능하며 매주 월요일 휴관이다. 대구 지하철 1호선 이용 시 중앙로역 4번 출구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위치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이와 관련하여 문의사항은 대구문학관(053-430-1231~4) 또는, 대구문학관 홈페이지(http://www.modl.or.kr)를 통하여 확인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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