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대구시립교향악단(이하 대구시향)은 위대한 작곡가들의 탄생과 서거 기념 주기를 맞아 이들의 대표작을 집중 조명해 보는 일련의 정기연주회를 기획하였다. 그 포문을 열어줄 작곡가는 ‘에드워드 엘가(Edward Elgar, 1857~1934)’이다.
엘가 서거 90주년을 기념한 대구시향 <제503회 정기연주회>가 오는 3월 15일(금) 오후 7시 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에서 열린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걸쳐 “수수께끼 변주곡”, “사랑의 인사”, “위풍당당 행진곡”, “첼로 협주곡” 등 수많은 명곡을 탄생시킨 엘가는 영국의 위상을 높이며 나라의 긍지와 자부심이 되었다. 백진현 상임지휘자의 이번 공연에서는 엘가의 전성기 시절 만들어진 “서주와 알레그로”, “교향곡 제1번”을 만난다.
엘가의 “서주와 알레그로”는 그의 “수수께끼 변주곡” 중 제9변주 ‘님로드’에서 묘사한 친구이자 음악출판업자였던 아우구스트 예거의 제안으로 만들어졌다. 예거는 당시 막 창단된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위한 ‘화려하고 빠른 스케르초’의 작곡을 권유했는데, 이를 수락한 엘가가 영국 웨일스 서부 카디건셔에서 휴가를 보낼 때 우연히 들은 웨일스 민요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한 것으로 전해진다.
곡은 현악 사중주의 독주부와 현악 오케스트라의 합주부가 함께 연주하는 합주협주곡이다. 일명 ‘웨일스 곡조’로 불리는 중심 주제가 현악 사중주로 제시되면 이를 현악 오케스트라가 이어받아 반복하고, 각 주제의 파편들이 마치 새로운 주제처럼 변형되어 나간다. 각 주제와 이 주제의 조각들은 서로 경쟁하듯 연주되고, 화려한 분위기를 만든다. 1905년 곡이 발표된 직후에는 작품이 복잡하고 현악 주자들의 탄탄한 실력이 요구되어 자주 연주되지 못했지만, 오늘날에는 그 가치를 인정받아 체임버 오케스트라 무대에서 종종 실황으로 만날 수 있다.
이날 현악 사중주는 대구시향 연주자들로 구성되었다. 제1바이올린 신상준(객원 악장, 대구가톨릭대 교수) 제2바이올린 엄세희(부악장, 대구가톨릭대 겸임교수), 비올라 최민정(수석, DCMF 단원), 첼로 이윤하(객원 수석, 앙상블 동성 단원)가 맡는다. 이들은 현악 사중주 독주부를 연주하면서 현악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리더 역할도 겸한다. 독주에 나선 현악 사중주 연주자들은 모두 뛰어난 솔로이스트이자 실내악 연주자, 교육자로도 활동 중이다. 다년간 기량과 호흡이 다져진 대구시향 현악 오케스트라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무대로 기대를 모은다.
공연의 피날레는 엘가의 “교향곡 제1번”으로 꾸민다. 1898년 초부터 엘가는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 군인 찰스 조지 고든의 생애를 바탕으로 한 교향곡을 구상하고 있었으나, 결국 1907년 50세 생일을 맞은 직후에야 본격적으로 교향곡 작업에 착수했다. 그렇게 탄생한 “교향곡 제1번”은 오랫동안 고민해온 고든 교향곡과는 전혀 다른 행진곡 느낌의 아름답고 고상한 주제로 시작해 이 주제가 전 악장에 걸쳐 반복된다. 결국 마지막은 엘가가 ‘미래에 대한 절대적인 희망’이라고 언급한 바 있는 승리의 행진곡으로 위풍 있게 마무리된다. 총 4악장 구성이며, 특히 3악장은 엘가의 모든 작품 중에서 가장 완벽하고 서정적인 곡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교향곡 제1번”은 세상에 나오자마자 찬사를 받았고, 엘가는 맨체스터에서의 초연과 4일 후 개최된 첫 런던 공연에서 여러 번 무대로 불려 나와 열렬한 환호와 기립박수를 받았다. 이 곡은 초연 첫해에만 약 100회 이상 공연되었으며, 감격한 엘가는 악보 표지에 ‘진정한 예술가이자 참된 친구’라고 적은 뒤 초연 지휘자였던 한스 리히터에게 이 곡을 헌정하였다.
한편, 공연의 첫 무대는 엘가 이후 다시 한번 영국 클래식 음악의 자존심을 세워준 벤자민 브리튼의 “네 개의 바다 간주곡”으로 연다. 그가 1945년 완성한 오페라 “피터 그라임스”에서 장면 전환 음악으로 사용된 여섯 개의 간주곡 중 네 곡을 골라 독립된 관현악곡으로 만든 것이다. 쉼 없이 다음 장면으로 이어지는 간주곡의 특성상 곡의 마지막 부분은 수정되어 세상에 나왔다. ‘새벽’, ‘일요일 아침’, ‘달빛’, ‘폭풍’으로 이뤄져 있으며, 새벽의 고요한 바다부터 거센 비바람이 휘몰아치는 바다까지 다양한 바다의 정경을 기승전결로 풀어냈다.
공연을 앞둔 백진현 상임지휘자는 “17세기 헨리 퍼셀 이후 이렇다 할 작곡가가 없던 영국에서 엘가의 첫 교향곡이 성공한 이후 20세기 영국 음악은 다시 세계의 관심을 받게 되었다. 엘가의 “서주와 알레그로”에선 수준 높은 앙상블의 매력을, 약 50분간 연주되는 “교향곡 제1번”에선 역사와 전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영국의 품격있는 당당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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