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독 수교 140주년이 되는 올해, 독일 명문 오케스트라 중 하나인 브레멘 필하모닉(Bremer Philharmoniker, 이하 브레멘 필)이 최초로 내한하여 부산을 찾는다.
브람스가 직접 지휘하기도 했던 브레멘 필은, 브람스의 작품만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하여 4월 22일 부산문화회관에서 첫 공연을 시작하여 세종(4월 23일), 서울(4월 25일), 대구(4월 26일)에서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음악감독 겸 수석 지휘자인 마르코 레토냐가 투어를 이끌며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 음악가인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과 첼리스트 문태국이 협연하여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림 형제가 쓴 동화의 제목 ‘브레멘 음악대(Die Bremer Stadtmusikanten)’로 친숙한 브레멘은 수도인 베를린과 제2의 도시인 함부르크와 함께 독일 전역에 단 3개만 존재하는 도시 형태의 주(州)이다. 과거 한자동맹 시절부터 무역 허브로서 고도의 자치권을 누려왔었고 이런 역사로 다른 주에 편입되지 않고 독립된 주의 자격을 유지하고 있다. 브레멘 필의 역사는 200년이 넘는데, 브레멘의 운송업이 산업혁명과 시너지를 내며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시기인 18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브레멘 대성당 오르간 연주자 빌헬름 프리드리히 림이 창단한 ‘브레멘 콘서트 오케스트라(Bremer Concert-Orchester)’와 1825년 설립된 브레멘의 ‘프라이빗 콘서트 소사이어티’에 의해 창설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Philharmonisches Orchester)’를 전신으로 한다. 1933년 주립 오케스트라로 승격되며 브레멘 주립 오케스트라(Bremer Philharmonisches Staatsorchester)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고, 지금의 이름은 2002년부터 사용하고 있다.
전임자인 마르쿠스 포슈너(현 브루크너 린츠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에 이어 2018/19 시즌부터 수석 지휘자이자 음악감독으로 브레멘 필을 이끌고 있는 마르코 레토냐는 1996년부터 2002년까지는 모국의 오케스트라인 슬로베니아 필하모닉의 수석지휘자로 2003년부터 2006년까지는 스위스 바젤 심포니의 수석지휘자를 역임했다. 2012년부터 2020년까지는 호주 태즈메이니아 심포니의 수석지휘자로 2012년부터 2021년까지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으로 활약했다. 객원 지휘자로 빈 심포니, 뮌헨 필하모닉,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 함부르크 심포니,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라 스칼라 오케스트라, 주세페 베르디 오케스트라, 베를린 라디오 심포니 등을 지휘했다. 2017년 스트라스부르 필하모닉이 최초로 내한할 때 한국과의 인연을 만들었으며, 2022년 ‘교향악축제’때 서울시향을 지휘하여 호평을 받았다.
이번 내한의 “올 브람스” 프로그램이 특별한 이유는 브람스의 위대한 역작으로 꼽히는 ‘독일 레퀴엠’이 1868년 작곡자 본인이 지휘로 브레멘 필에 의해 초연되었기 때문이다. 브레멘 필하모닉은 오늘날까지 브람스와 특별한 유대감을 갖고 있으며 그의 작품은 많은 무대에서 특별한 요청을 받고 연주되고 있다.
10분 남짓한 짧은 시간이지만 브람스가 남긴 유머러스함과 화려함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자 대중성으로 사랑받는 ‘대학 축전’ 서곡으로 공연은 시작된다. 이어 전반부는 한국이 배출한 자랑스러운 솔리스트인 임지영과 문태국이 연주하는 ‘이중 협주곡’으로 이어진다. 기교적으로 난곡에 속해 연주자들의 뛰어난 기량을 요구하는 작품이다. 두 협연자의 대화하듯, 때로는 충돌하듯 주고받는 듯한 연주가 감상의 가장 큰 포인트이다. 이 작품은 브람스의 오랜 절친인 요제프 요아힘과 첼리스트 로베르트 하우스만을 위한 작품이었다. 브람스가 요아힘의 이혼으로 인해 서먹해진 상황에서 화해의 뜻을 전하기 위한 선물로 작곡해서 ‘화해의 협주곡’이라는 별명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공연 후반부는 브람스의 교향곡 4번을 연주한다. ‘독일 레퀴엠’을 초연했던 오케스트라 답게 묵직하고 비장미가 흘러 브람스 매니아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마지막 교향곡을 선택했다.
해외 내한 오케스트라의 무대에서 한국 출신의 솔리스트들이 이중 협주곡을 연주한 사례는 정말 드물다. 특히 브람스의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이중 협주곡은 세계로 뻗어 나가는 K-클래식의 스타, 임지영과 문태국이 협연자로 나서 관객들이 브람스 음악의 정수를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015년, 세계 3대 콩쿠르 중 하나로 불리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바이올린 부문에서 20세의 어린 나이에 한국인 최초로 1위를 차지한 임지영은 당시, 놀라운 집중력, 대담하면서도 안정된 연주, 단련된 테크닉 등 다양한 강점들을 바탕으로 여러 국가에서 참가한 쟁쟁한 후보자들 사이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우승하며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당시 국내에서만 교육받은 이력으로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고 현재 쾰른 국립음대에서 최고연주자 과정에 재학 중이다. 2015년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의 금호음악인상, 한국언론인연합회의 자랑스러운 한국인 대상, 2016년 대원문화재단의 대원음악상 신인상을 수상하였고, 2021년에는 포브스가 선정한 '30세 이하 아시아 리더'에 유일한 클래식 연주자로 이름을 올렸다.
문태국은 제15회 성정전국음악콩쿠르 최연소 대상 수상을 시작으로 2011년 제3회 앙드레 나바라 국제첼로콩쿠르 우승, 2014년 파블로 카잘스 국제첼로콩쿠르 우승, 2019년에는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 4위 등 국내외 수많은 콩쿠르에서 우승을 하며 현재 가장 주목받는 첼리스트 중 한 사람이 되었다. 2017년에는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 활동했으며 2019년 까지는 실내악 그룹 앙상블 디토 활동을 겸하였다. 2022년에는 롯데콘서트홀 인하우스 아티스트로 활동했다. 현재 줄리아드 음대 최고연주자 과정을 수학 중이다. 제 1회 야노스 슈타커 상과 제 51회 난파음악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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