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미술관(관장 최은주)은 7월 12일(화)부터 2023년 1월 29일(일)까지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조형 예술가 다니엘 뷔렌 (Daniel Buren, 1938-)의 개인전을 대구미술관 1전시실과 어미홀에서 개최한다.
프랑스 현대미술의 거장 다니엘 뷔렌은 1960년대 초부터 작품의 내용과 형식의 관계를 자유롭게 다루며 급진적인 작업을 선보인 작가다. 1986년 파리 팔레-루아얄(Palais-Royal)의 안뜰에 소개한 대규모 설치 작품 ‘두 개의 고원(Les Deux Plateaux)’은 그의 예술적 깊이를 보여주는 진수로 평가받고 있다.
뷔렌은 같은 해 개최한 제42회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고, 이후 뉴질랜드, 슈투트가르트, 일본 등에서도 권위 있는 미술상 수상이 이어졌다. 작가는 정형화된 미술 제도를 비판했으나, 세계 미술계는 상을 수여하는 방식으로 그의 작품에 경의를 표하고 있다.
1961년 미국 버진아이랜드의 그레이프트리 베어 호텔에서의 커미션 워크를 시작으로 미주, 유럽, 아시아,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등 60개국에서 3,000회 이상의 전시를 열고 있는 뷔렌은 파리 퐁피두센터(2002),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2005)에서의 기념비적인 전시를 비롯하여 프랑스 스트라스부르그 현대미술관(2014), 루이비통 파운데이션(2016) 등 국제적인 위상을 지닌 여러 기관에서 작품과 공간의 특정한 관계성을 심화시킨 ‘인-시튜(In-Situ)’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인-시튜(In-Situ)’는 제자리에 혹은 본래의 장소라는 뜻으로, 20세기 초 고고학자들이 주위 환경의 맥락과 유기적인 관계를 갖는 사물을 가리키는 뜻으로 처음 사용했다. 작가의 ‘인-시튜’는 관점, 공간, 색상, 빛, 움직임, 환경, 분절 혹은 투영 현상을 복합적으로 활용하여 작품과 공간의 경계가 서로 조화를 이루도록 유도하는 작업이다. 오늘도 작가는 거리, 미술관, 건축물, 화랑, 자연풍경 등을 바라보며 ‘인-시튜’ 작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7월 12일(화)부터 선보이는 대구미술관 다니엘 뷔렌展은 회화, 영상, 설치 등 작품과 공간의 특정 관계에 주목한 최근작 29점을 어미홀 및 1전시장에서 소개한다.
2014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그에서 처음 공개한 ‘어린아이의 놀이처럼(2014)’은 나폴리(2014), 멕시코(2016), 시드니(2018)에 이어 아시아권으로는 처음으로 대구에 서 만나볼 수 있다.이 작품은 작가가 설치를 위해 직접 한국을 방문할 정도로 중요한 의미를 차지하는 작품이다. 최근 ‘인-시튜(In-Situ)’ 작업 중 작가의 대표작인 ‘어린아이의 놀이처럼’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블록 쌓기 놀이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사면체, 정육면체, 원통형, 아치 형태의 104점이 최대 6m 높이까지 쌓아 올려져 40m 길이의 긴 어미홀에 배치되는 대규모 설치 작품이다.
이와 함께 1968년 스위스 베른에서 예술적 시도를 과감하게 실행했던 뷔렌의 독백으로부터 시작하는 장편 필름 ‘시간을 넘어, 시선이 닿는 끝(2017)’ 또한 아시아권 최초로 상영한다. 작가가 직접 제작에 참여한 이 작품은 다큐멘터리형 장편 필름으로 6시간 30분의 긴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 걸어왔던 시간과 여러 에피소드들을 집약적으로 담은 자서전과 같은 영상물이다.
영상은 1968년 하랄드 제만(Harald Szeemann, 1933-2005)의 전시가 있었던 스위스 베른을 배경에서 시작하여, 뷔렌의 회고전을 이끌었던 파리 퐁피두센터 베르나르 블리스텐(Bernard Blistène, 1955-) 관장의 인터뷰를 마지막으로 끝난다. 비교적 시간의 흐름에 맞추어 영상을 편집한 필름은, 뷔렌의 주요 행적과 기념비적인 프로젝트들을 포함하여 그가 얼마나 도전적이고 전위적인 작가인지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어 펼쳐지는 1전시장의 넓고 밝은 공간에서는 2015년 이후 제작한 작가의 입체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이번에 소개하는 작품들의 대부분은 거울 혹은 플렉시글라스(Plexiglass) 등 사물을 비추거나 확대, 파편화하는 재료들로 구성되어 있다. 뷔렌에게 있어서 거울은 관람자와 공간 간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되, 일반적으로 보이지 않는 것을 드러나게 하는 ‘제3의 눈’으로 기능한다. 거울을 사용하는 것은 관람자와 같은 외부적인 요소를 포함해 비로소 작품을 완성하는 효과를 발생시킨다.
다니엘 뷔렌은 내용과 형식의 한계에 대한 거부와 틀 짓기 그리고 그에 따른 제한을 인지하는 경계의 넘나듦을 통해 작품과 공간의 관계에 따라 해석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을 보여준다. 작가는 ‘인-시튜(In-Situ)’ 작업을 통해 공간을 닫거나, 열고, 둘러싸거나 해체하면서 자신의 개념과 행위를 무한히 확장하고, 이러한 행위들은 장소 속의 장소, 공간 속의 공간을 구축하여 안과 밖의 경계를 자유롭게 왕래하도록 한다.
이로써 작가는 관람자가 각자의 시점에 따라 자신의 인-시튜 작업을 회화 설치 조각, 건축 등의 작품으로 인식하게 함으로써 작품과 공간 사이의 상대적 관계의 폭을 확장한다.
이번 전시의 기획자 마동은 전시기획팀장은 “다니엘 뷔렌은 모더니즘적 미술 제도를 비판하거나 미술사조의 틀을 거부하며 인-시튜(In-Situ) 개념을 통해 자신의 작업 세계를 구축해온 작가”라며, 관람객들이 이번 전시를 통해 어린아이의 놀이처럼 미술의 천진한 본성에 좀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