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근대역사관은 개관 10주년 기념 기증유물 특별전 ‘나눔과 비움의 미학, 기증’을 4월 8일부터 8월29일까지 연다.
역사관은 2011년 개관을 전후해 최근 10년까지 모두 42명으로부터 총968점의 유물을 기증받았다. 대구근대역사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기증 유물 86건 130점을 실물로 선보인다. 나머지 기증 유물은 영상을 통해 소개된다.
전시는 대구의 독립운동, 1950년대 대구의 모습, 조선식산은행, 대구지역 학교 교육, 아낌없이 베푼 선대의 유품, 일상생활용품 등 6개 부스로 구분돼 진행된다. 전시실 내 명예의 전당에서는 연도별 기증자 명단과 기증자 사진 등을 볼 수 있다.
대구의 독립운동 코너에서는 ‘지오(池吾)이경희’ 관련 기증 유물 24건 52점에 대한 내용을 소개한다. 미 군정기 대구 부윤을 지낸 이경희는 대구 무태 출신으로 ‘나라 잃은 못난 나’라는 뜻의 지오(池吾)를 호로 삼은 그는 교육, 경제, 의열투쟁, 신간회, 조선경제연구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항일운동을 전개했다.
전시유물 중 당시 이경희와 대한독립촉성국민회 총재 이승만, 부총재 김구 간에 주고받은 서신(書信)이 눈길을 끈다. 이 밀신(密信)의 내용은 ‘긴급협의할 일이 있어 특별히 전하니, 6월 5일 오전 10시까지 비밀리에 와달라’는 것이다.
또한 이경희 선생의 따님인 이단원 할머니가 2016년 기증 당시 구술한 영상물도 전시회에 선보인다. 당시 이단원 할머니는 이 영상물을 통해 이경희 선생이 국내외에서 펼친 독립운동의 행적과 남겨진 가족들의 엄혹한 생활고와 애환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1950년대의 대구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두 번째 코너(1950년대 대구모습)는 주한미군으로 대구에서 복무한 미국인 故제임스 존슨(James Johnson, 1925년생)이 촬영한 사진 자료 등을 선보인다. 존슨의 부인인 캐롤린 존슨(Carolyn G. Johnson, 1934년생)은 2018년 사진 등 207점을 대구근대역사관에 기증했다. 이 사진자료들은 당시 대구의 생활상과 거리 풍경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희귀한 자료로 평가된다.
세 번째 코너는 조선식산은행 코너로, 조선식산은행십년지, 조선식산은행 창립 이십주년 기념 사진첩 등 관련 자료와 기증자의 조부가 직접 사용한 조선식산은행 대구지점 특별당좌 예금통장도 눈에 띈다.
네 번째 코너는 대구지역 학교 교육 관련 기증 유물을 선보인다. 일제강점기 대구지역 상장, 졸업 및 수료증서, 신체조사표 등 당시 학교 생활을 찾아 볼 수 있는 유물들이 대거 소개된다. 통지서에는 당시 초등학교 평균 몸무게와 키가 기재되어 있어 오늘날 초등학생들의 신체발달 정도를 비교해 볼 수 있어 흥미롭다.
다섯 번째 코너는 아낌없이 베푼 선대 유품들로 채워졌다. 일제강점기 대구 지역의 경제, 생활상 등을 엿볼 수 있는 과일상표, 구주당 광고, 경관 팜플렛 등의 기증유물로 당시 서민들의 삶의 애환을 엿볼 수 있다.
일상생활용품 코너는 기증자들이 실제 사용하던 가구, 생활용품 등의 기증 유물들로 관람자들의 옛 추억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들 기증유물은 자칫 급격한 현대화로 인해 사라질 수도 있었지만 대를 이은 소장자들의 혜안으로 오롯이 남은 것으로 평가된다.
전시장 입구에는 개관 당시부터 최근까지 대구근대역사관에 유물을 기증한 분들의 명단이 년도별로 정리돼 나눔과 비움을 실천한 고귀한 뜻을 기리고 있다.
김형국 대구문화예술회관 관장은 “향후 대구시립박물관 건립에 대비 허브 박물관의 역할을 하고 있는 대구근대역사관은 시민들을 대상으로 유물 기증 운동을 펴오고 있다”며 “이번 특별전을 계기로 더 많은 분들이 이 운동에 동참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가치있는 나눔을 실천해 주신 기증자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린다”며 “고귀한 뜻이 헛되지 않도록 유물관리에 정성을 다하고 기획전시 등에도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개관 10주년을 맞이한 대구근대역사관을 방문한 관람객은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총 882,342명이며, 다양한 기획전 및 성인과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교육프로그램도 꾸준히 개최해 대구지역의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