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 6일(일) 17:00 대구콘서트하우스 챔버홀
러시아의 대표적인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펠츠만의 리사이틀이 5월 6일 일요일 오후 5시 대구콘서트하우스 챔버홀에서 펼쳐진다. 이번 공연은 대구콘서트하우스 기획의 인사이트 시리즈 중 하나로 세계적인 거장 음악가의 깊이 있는 연주를 실내악 전문홀에서 집중해 들어보는 특별한 시간이다. 2018년 인사이트 시리즈의 첫 번째 아티스트인 블라디미르 펠츠만은 1967년 프라하 콘체르티나 콩쿠르와 1971년 마르게리테 롱 국제 콩쿠르를 우승하며 구소련을 비롯해 유럽에서도 크게 인정받은 아티스트이다. 그러나 구소련의 예술억압정책으로 인해 8년간 음악활동에 억압을 받았고 1987년 미국으로 망명한 후 자신의 음악세계를 자유롭게 펼치며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다. 단 200명의 관객에게만 선사되는 이번 리사이틀에서 긴 침묵을 견뎌낸 거장의 깊고 짙은 세계에 집중해보자.
광활한 레퍼토리를 지닌 건반의 지배자, 블라디미르 펠츠만
1952년 모스크바의 한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난 블라디미르 펠츠만은 6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해 11살의 나이로 모스크바 필하모니와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협연하며 클래식 무대에 데뷔하였다. 그는 1967년 프라하 콘체르티나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하며 일찍이 천재성을 인정받았고, 모스크바 차이코프스키 음악원, 모스크바 음악원과 레닌그라드 음악원 등에서 피아노와 지휘 등을 공부하며 음악적 시야를 넓혔다. 그리고 마침내 1971년 파리 마르게리테 롱 국제 콩쿠르 대상 수상으로 소련뿐만 아니라 유럽, 일본 등지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러시아의 신예 피아니스트로 떠오르게 되었다. 수많은 연구와 노력으로 이미 10대에 바로크에서 현대음악까지 이르는 광활한 레퍼토리를 섭렵한 펠츠만은 완벽한 음악적 테크닉과 실험정신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넓혀나갔다. 그는 특히 서유럽 음악에 관심이 많아 모차르트, 베토벤, 바흐 등의 작품에 탁월한 해석력을 보였으며 음악적 인생의 대부분을 바흐를 연구하는데 쏟았다. 그 결과 바흐의 모든 건반음악을 선보이는 바흐 건반음악 전곡 시리즈 연주회를 4차례에 걸쳐 개최하였고 바흐 페스티벌에서 50분에 이르는 골드베르크 변주곡 등을 연주하며 명실상부 ‘바흐 스페셜리스트’로 거듭나게 되었다. 그리고 소니 등 세계적인 음반 레이블을 통해 바흐의 건반악기를 위한 음반 6종, 베토벤의 마지막 소나타 5곡, 슈베르트와 쇼팽, 리스트, 브람스, 메시앙의 작품을 녹음하였고 전 세계적으로 연주회를 진행하는 등 왕성한 음악활동을 펼치고 있다.
통제를 벗어나 예술적 자유를 갈망하는 아티스트
국제적인 콩쿠르를 우승하며 유럽과 일본 등지로 활동영역을 넓히면서 펠츠만은 냉전시대 소련의 상황에 눈을 떴다. 리스트조차 퇴폐적이라 비난받던 시절, 소련을 제외한 유럽의 모든 문화를 부정하는 대대적인 예술억압정책에 반감을 품은 그는 자유로운 연주활동을 위해 다른 나라로 이주를 신청했다. 그러나 정부는 그의 출국을 금지하고 대중 앞에서의 연주활동과 음반 녹음까지 제한하는 등 그의 음악 활동에 제동을 걸었다. 이후 그는 인적이 드문 시간의 공장이나 유치원에서 조율도 되지 못한 피아노를 연주해 생계를 유지하며 약 8년간 예술적인 추방과도 같은 세월을 보내야만 했다. 무엇보다도 음악적인 자유를 원했던 펠츠만은 소련 주재 미 대사관에서 직접 녹음한 쇼팽 곡을 서방에 은밀히 전하며 음악가로서의 자신의 존재를 알렸고, 1987년 미국으로 여행해도 좋다는 정부의 허가를 받자 곧이어 미국으로 망명하였다. 마침내 백악관의 따뜻한 환영과 함께 미국에 도착한 펠츠만은 백악관에서 열린 북미 첫 연주회에 이어 카네기 홀에서의 연주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의 재림을 알리게 되었다. 또한 미국의 모든 주요 오케스트라와 정기적으로 협연을 가질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열리는 음악 페스티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오랜 시간 자신을 구속하던 통제에서 벗어난 펠츠만은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자유롭게 펼치고 있다.
고뇌의 침묵을 벗어난 거장의 신비로운 음악세계
스스로를 ‘바흐를 위한 도구’라고 말하는 펠츠만은 이번 공연에서 바흐의 파르티타 제1번 내림B장조로 서막을 올린다. 바흐의 건반 모음곡들 가운데 백미로 손꼽히는 파르티타는 음악 애호가들의 영혼을 즐겁게 하기 위하여 작곡되었으며 세련된 분위기가 돋보이는 곡이다. 곡의 전개는 전통을 고수하면서도 자유롭고 커다란 스케일로 되어 있어, 단 한 대의 피아노만으로 공연장을 가득 채우는 거장의 장엄한 선율을 들어볼 수 있다. 두 번째 곡은 베토벤이 직접 표제를 붙인 것으로 알려진 피아노 소나타 제8번 C단조, ‘비창’이다. 베토벤의 삶에서 가장 평온하고 행복했던 시절인 20대의 끝에 작곡된 이 곡에서는 베토벤이 최초로 드러낸 그의 드라마틱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또한 곡 전반에 흐르는 베토벤의 쓸쓸한 분위기에 펠츠만의 연주를 덧붙여 깊이를 더할 예정이다. 마지막 곡은 쇼팽이 남긴 4곡의 발라드로 파리에 망명해있던 한 폴란드 시인의 시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된 곡이다. 그러나 시의 내용보다는 음악 자체가 한 편의 시와 같아 듣는 이의 가슴에 시심을 불러일으킨다. 전체 구성은 대비가 뚜렷하고 서사적인 흐름을 갖추고 있다. 발라드 제1번 F단조에서는 조국인 폴란드를 막 떠난 쇼팽의 상실감이 잘 드러나 있으며 두 번째 발라드는 맑고 순수하게 시작하다 격렬한 분위기로 급변한다. 세 번째는 속삭이는 듯 하면서도 자유로운 흐름이 돋보이며, 마지막 발라드는 고난도의 테크닉으로 장식되어 있다. 현존하는 모든 발라드에서 정점에 위치한, 쇼팽 작곡 중 최고 걸작이자 난곡으로 손꼽히는 이 작품을 펠츠만 특유의 강력한 기교와 깊은 해석력으로 표현할 예정이다.
나와 연주자가 나누는 깊고 은밀한 대화, 인사이트 시리즈
대구콘서트하우스 기획의 인사이트 시리즈는 거대한 공연장에서 만날 수 있었던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을 초청해 작은 홀에서 그들의 음악세계를 면밀히 살펴보는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연주자와 관객의 거리를 좁혀 연주자가 표현하는 음 하나의 떨림뿐만 아니라 연주자가 작품에 몰입된 순간까지 관객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공연이다. 관객은 인사이트 시리즈를 통해 뛰어난 연주자, 훌륭한 음악을 뛰어넘어 작품과 음악가를 통찰하는 넓은 시야를 가지게 될 것이다. 향후 젊은 나이로 세계적인 콩쿠르를 제패한 이반 크르판, 하프시코드로 바로크 시대를 재현하는 거장 스즈키 마사아키, 그리고 건반 위의 진화론자 김대진의 공연이 기다리고 있으니 깊이 있는 공연을 갈망하던 관객이라면 놓치지 말길 바란다. 대구콘서트하우스 이형근 관장은 “예리하게 사물을 궤뚫어 본다는 뜻처럼, 작품과 연주자를 예리하게 바라보는 관객이 찾아주길 바라면서 준비한 공연이다. 거장이 표현하는 깊은 생각을 읽어내며 자신만의 음악적 견해를 넓히길 바란다.”라며 공연을 준비하는 소감을 밝혔다.
예매 : 티켓링크 ticketlink.co.kr 1588-7890
대구콘서트하우스 concerthouse.daegu.go.kr
공연문의 : 053-250-1400(ARS 1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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