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문화재단 출범기념 클래식 명품
최고의 기대주 소프라노 황수미, ‘살아있는 전설’과 내한한다.
포항문화재단은 오는 23일 오후 7시 30분 포항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포항문화재단 출범기념 클래식 명품 기획으로 <황수미 & 헬무트 도이치 듀오 콘서트> 를 개최한다.
이들의 올해 내한공연은 총 3번으로, 15일 대전예술의전당 앙상블홀, 18일 서울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 이어 마지막으로 포항문화예술회관에서 개최되어 포항시민이 자주 접할 수 없었던 순수 클래식을 관람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소프라노 황수미는 홍혜경, 조수미, 신영옥을 잇는 대한민국 대표 소프라노 계보를 잇는 기대주로 주목받고 있는 인물이다. 2014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하기 전에 한국에서 그녀는 이미 슈퍼 루키였다. 그러나 한국에서 검증 받은 실력이 세계무대에서 더 엄격한 잣대로 평가받기를 원하였고, 황수미는 보란 듯이 해낸 것이다. 최근 그녀는 오롯이 실력 하나만으로 공연장 리스트, 오페라 역할의 이름, 함께 작업하는 음악가의 이름을 차곡차곡 늘려가고 있다.
황수미는 콩쿠르 우승 이후 2014년 하반기부터 독일의 본 오페라 극장의 솔리스트로 활약하고 있다. 모차르트 ‘마술피리’의 파미나로 데뷔하여, 푸치니 ‘투란도트’의 류, 헨델 ‘리날도’의 알미레라, 비제 ‘진주 조개잡이’ 레일라 등의 배역을 맡았다. 최근 시즌에서 푸치니 ‘라보엠’의 미미, 모차르트 ‘돈 지오반니’의 돈나 안나, 모차르트 ‘코지 판 투테’의 피오르딜리지까지 그 역할을 늘려 나가고 있다.
또한 오페라 레퍼토리만큼이나 가곡, 오라토리오 등 다양한 레퍼토리에 꾸준히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3명의 기라성 같은 선배들이 이미 국제무대에서 20~30년을 넘게 활약한 대선배들이라 비교하기 부담스럽지만, 그녀의 미래를 ‘포스트 3 소프라노’를 잇는 카드로 여기는 시선은 음악계 전반에서 지배적이다.
콩쿠르 이후 숨가쁘게 달려온 지난 3년, 그녀는 매년 도전적 무대로 한국 음악 팬들을 찾았다. 이번이 세 번째로 만드는 큰 무대로, 성악 반주의 살아있는 전설 헬무트 도이치와 다시 함께 한다.
황수미와 헬무트 도이치와의 인연은 잘 알려진 대로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시작됐다. 성악가가 가곡 무대를 오를 때 좋은 반주자(피아니스트)만큼 간절하게 바라는 것이 있을까? 콩쿠르의 심사위원으로 참석했던 헬무트 도이치는 공식적인 행사가 끝나자마자 황수미를 먼저 찾아와 “수미의 반주를 하고 싶다” 라며 러브콜을 보냈다. “황수미는 노래에 모든 감정을 담아내는 대가 못지않은 표현력을 가졌다. 원하는 음악이 분명하며 모든 노래 가사를 정확하게 전달한다” 고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어린 소프라노의 재능과 꿈, 그리고 가능성을 읽었고, 기꺼이 손을 내밀은 것이다. 헬무트 도이치는 이제 막 동양에서 온 신예 소프라노를 반주하지 않아도 요나스 카우프만, 이안 보스트리지, 바바라 보니, 율리아나 반제, 디아나 담라우, 마티아스 괴르네, 헤르만 프라이 등 세계 최고 성악가들의 프로그램에 이름을 올리는 전설적인 피아니스트이다.
이들 듀오는2015년 런던의 위그모어 홀을 비롯한 유럽의 주요 공연장에서 수차례 공연을 함께 해오며, 서로의 음악에 영감을 주고받고 있다. 특히 2015년 최초의 내한 공연에서는 서울, 대구 두 곳 모두 관람권을 구하기가 어려워, 현장에서 취소표를 구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대기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2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은 듀오, 두 번째 무대는 언제나 첫 번째 무대보다 어렵고 신중하기 마련. 황수미와 헬무트 도이치의 선택은 가곡이 꽃을 피웠던 낭만부터 현대까지의 레퍼토리이다. 더 큰 무대에서 더 나아진 모습을 선보이기 위해 선곡에 우선 많은 공을 들였다.
황수미는 이번 공연에 대해 “가곡이 시를 기초로 하는 예술인만큼 가사 하나하나의 뜻을 면밀히 연구하여 시의 이미지를 오롯이 표현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고 전하고 “헬무트 도이치 선생님과의 두 번째 한국 방문이라 더욱 설렙니다. 새로운 프로그램들로 준비하고 있어 긴장 되지만, 받은 관심과 사랑을 연주로 보답해드릴 수 있는 시간이기를 바랍니다” 라고 소감을 밝혔다.
낭만주의 시대의 대표적 작곡가인 요하네스 브람스, 독일 후기 낭만파를 대표하는 작곡가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작품들과 함께, 프란츠 리스트가 ‘프란체스카 페트라르카’의 시에 곡을 쓴 <3개의 소네트>, 20세기 영국 작곡가 벤자민 브리튼의 최초의 피아노 반주 연가곡인 <이 섬에서> 등의 작품들을 준비 중이다.
가곡은 성악가에게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어려운 무대이다. 아름다운 오페라 의상도, 화려한 오케스트라의 반주도 없다. 오직 자신의 목소리, 반주자와의 호흡, 전달되는 가사를 통해 관객과 만난다. 이 아름다운 콜라보레이션이 무척이나 기대되는 이유는,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소프라노의 에너지와 이미 칠순을 넘긴 거장 피아니스트가 주는 원숙미가 얼마만큼 조화롭게 어울리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포항문화재단 이원권 상임이사는 “순수예술이 자생하기 힘든 포항과 같은 도시에서 모처럼 우수 클래식 기획공연을 준비하게 되었다”며, “서울과 대전에 비해 저렴한 관람료를 책정해 많은 시민이 큰 부담 없이 예술이 주는 고매한 감동을 누릴 수 있도록 마련한 본 공연에 많은 관람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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