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과 피아노 산책, 무소륵스키와 이색 그림전
대구시립교향악단 코바체프 시리즈 : 제432회 정기연주회
2017. 3. 17. (금) 19:30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
대구시향 상임지휘자 줄리안 코바체프 지휘
쇼팽 스페셜리스트 루드밀 앙겔로프 피아노 협연
‘피아노의 시인’ 쇼팽과 ‘러시아 5인조’ 중 한 사람인 무소륵스키의 대표작을 한 무대에서 만나는 대구시립교향악단(이하 대구시향) <제432회 정기연주회>가 오는 3월 17일(금) 오후 7시 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에서 개최된다. 쇼팽이 각별히 아꼈다는 “피아노 협주곡 제1번”을 세계적인 쇼팽 스페셜리스트인 피아니스트 루드밀 앙겔로프가 연주한다. 그리고 무소륵스키가 죽은 친구를 추모하며 그의 유작 중 10개의 작품을 음악적으로 묘사한 모음곡 “전람회의 그림”이 공연의 대미를 장식할 예정이다.
대구시향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 줄리안 코바체프와 세계적 피아니스트 루드밀 앙겔로프의 등장과 함께 시작되는 첫 무대는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제1번”으로 꾸민다. 일생 피아노 곡 작업에 가장 많은 시간과 열정을 쏟은 쇼팽이지만 그가 남긴 피아노 협주곡은 단 두 곡에 불과하다. 두 작품 모두 쇼팽이 스무 살 되던 무렵 쓴 것으로 이제 막 성년이 된 쇼팽에게 찾아온 첫사랑의 설렘과 그리움 등이 깃들어 있어 감미롭고 서정적이다. 게다가 이 두 곡은 쇼팽이 조국 폴란드를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쓴 작품들이다.
쇼팽이 “피아노 협주곡 제1번”을 완성한 1830년, 폴란드는 러시아의 압제에 저항하며 혼란의 정국을 맞이하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천재성을 보인 쇼팽은 16세에 바르샤바 음악원에 입학한 후에도 두각을 보였다. 앞으로의 음악 공부를 위해 잠시 폴란드를 떠나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등지로 연주여행을 떠나기로 한 그는 1830년 10월 11일 바르샤바 국립극장에서 고별 연주회를 가졌다. 이때 직접 연주로 초연한 곡이 바로 “피아노 협주곡 제1번”이다. 안타깝게도 쇼팽은 이렇게 폴란드를 떠난 후 고국의 땅을 다시 밟지 못했다.
오케스트라의 긴 서주로 시작되는 “피아노 협주곡 제1번”은 쇼팽의 수줍은 사랑이 피어나기 시작하는 제1악장에 이어 제2악장에서 현악기의 작고 부드러운 반주 위에 피아노가 우아하고 아름다운 선율을 연주한다. 쇼팽은 지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2악장은 낭만적이고 조용하다. 조금은 우울한 마음으로, 즐거웠던 추억의 장소를 바라보는 기분을 표현하려 했다”고 한다. 특히 2악장은 인기 드라마였던 ‘천국의 계단’의 삽입곡으로 사용되어 친근하다. 마지막 3악장은 모차르트풍의 재기발랄함이 넘치면서도 품격 있다. 연주 기교면에서도 매우 화려하고, 강렬하게 휘몰아치는 마지막이 인상적이다.
뛰어난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였던 쇼팽은 자신의 연주회 때도 “피아노 협주곡 제1번”을 자주 연주하며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이번 무대에서 작품이 지닌 다양한 감정을 현란한 기교로 섬세하게 표현해 줄 피아니스트 루드밀 앙겔로프는 불가리아 소피아 판초 블라디게로프 국립음대를 졸업했다. 이탈리아 세니갈리아국제콩쿠르, 폴란드 쇼팽국제피아노콩쿠르, 미국 팜비치국제콩쿠르 등에서 입상했다. 1990년 뉴욕 링컨센터에서 데뷔 독주회를 가진 이후 베를린 필하모니홀, 빈 무지크페라인잘,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허바우, 파리 살 플레옐 등 세계 유수의 공연장에서 연주해왔다.
세계무대에서 쇼팽 연주의 대가로 널리 알려져 있는 그는 수차례 쇼팽 피아노 전곡 완주에 도전,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불가리아 올해의 젊은 음악인’ 상을 비롯해 폴란드 국립쇼팽협회에서 ‘그랑프리 뒤 디스크 쇼팽’ 상을 받았고, 폴란드 음악의 국제적 위상 제고에 기여한 공로로 폴란드 문화부로부터 글로리아 아티스 메달도 받았다. 이밖에 폴란드 쇼팽국제피아노콩쿠르(2010, 2015)를 비롯해 많은 국제콩쿠르에서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다. 현재 그는 전문 연주자로 세계 각국에서 활약 중이며, 톨레도국제뮤직페스티벌, 피아노 엑스트라바간자 페스티벌 설립자 겸 예술감독이다.
휴식 후에는 귀로 듣고 마치 눈으로 보는 것 같은 새로운 차원의 음악 세계로 관객들을 이끈다. 러시아 국민악파 가운데 가장 독창적인 작곡가로 평가받는 무소륵스키의 모음곡 “전람회의 그림”이 그 주인공이다. 1873년, 무소륵스키는 절친했던 화가이자 건축가인 친구 빅토르 하르트만이 30대의 나이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자 큰 슬픔에 잠겼다. 이듬해 하르트만의 추모전이 열렸고, 이곳을 찾았던 무소륵스키는 전시된 약 400여 점의 유작 중 10개의 그림에서 영감을 얻어 피아노 모음곡 “전람회의 그림”을 완성했다. 하지만 기교나 내용 면에서 시대를 앞선 어려운 곡이었기 때문에 무소륵스키 생전에는 한 번도 공개 연주된 일이 없었다.
“전람회의 그림”은 총 10개의 소품곡과 간주 격인 5개의 프롬나드(Promenade)로 구성되어 있다. ‘산책’이란 의미의 이 프롬나드 덕분에 “전람회의 그림”은 단순한 묘사음악의 차원을 넘어 공간의 입체감까지 더해졌다. 무소륵스키는 전시회의 그림 관람 동선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소품곡 사이에 프롬나드를 배치해 한 곡에서 다음 곡으로 옮겨가는 감상자의 기분을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있다. 이 5개의 프롬나드는 러시아 민속음악풍 선율을 바탕으로 각기 다른 템포와 리듬을 갖고 있다.
제1곡 ‘난쟁이(그노무스)’부터 ‘고성’, ‘튈르리 궁전’, ‘비들로(우차)’, ‘껍질을 덜 벗은 햇병아리들의 발레’, ‘사무엘 골덴베르크와 쉬뮐레’, ‘리모주의 시장’, ‘카타콤’, ‘닭다리 위의 오두막(바바야가)’, 끝으로 가장 강렬한 이미지의 제10곡 ‘키예프의 대문’까지 기발한 곡 배열 솜씨와 독창성은 전곡에 충실히 나타나 있다. 특히 직감적인 표현들은 프랑스 인상주의를 비롯한 예술계 각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후 피아노 모음곡 “전람회의 그림”은 많은 작곡가에 의해 관현악곡으로 편곡됐는데, 프랑스 작곡가 모리스 라벨의 편곡이 가장 유명하다. 이번 연주에 사용되는 악보도 라벨 편곡이다. 라벨의 편곡은 원곡의 분위기를 매우 충실히 따르면서도 근대 관현악법의 묘를 살려 눈부신 색채감을 보여준다. 무소륵스키의 단단한 음악적 성격과 라벨의 정밀한 관현악법은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면서 훌륭한 통일을 이루고 있다. 다만, 라벨 버전은 프롬나드가 4개이다. 이 버전은 1922년 10월 19일 파리 오페라극장에서 쿠세비츠키의 지휘로 초연해 큰 호평을 받았다. 오늘날에도 원곡인 피아노곡보다 이 관현악 모음곡으로 더 자주 연주된다.
줄리안 코바체프 상임지휘자는 “이번 정기연주회에는 전반부와 후반부에 전혀 다른 재미와 감동이 준비되어 있다. 쇼팽을 사랑하는 많은 한국 관객들에게 특별한 선물이 될 루드밀 앙겔로프의 피아노 연주, 음악과 미술의 획기적인 앙상블로 색다른 감상의 즐거움을 안겨줄 ‘전람회의 그림’ 모두 많은 기대와 관심 바란다.”고 전했다.
대구시향 <제432회 정기연주회>는 일반 R석 3만원, S석 1만 6천원, H석 1만원이다. 국가유공자, 장애인(1~6급) 및 장애인 보호자(1~3급), 만 65세 이상 경로, 청소년(8세 이상 만 24세 이하)은 확인증 지참 시 50% 할인, 10인 이상 단체의 경우 30% 할인된다. 전화(1588-7890) 또는 인터넷(www.ticketlink.co.kr)으로 예매할 수 있고, 예매 취소는 공연 전일 오후 5시까지 가능하다. 대구콘서트하우스 홈페이지(concerthouse.daegu.go.kr)에서 온라인 예매 시 10% 할인 혜택이 제공된다. 단, 모든 할인의 중복적용은 불가하며, 초등학생(8세) 이상 관람 가능하다.
문의 : 대구시립교향악단(053-250-1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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